작곡 전공 살려서 취업 후기(ft.91년생)

작곡 전공 살려서 취업 후기(ft.91년생)를 공유합니다. 작곡이라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그 길을 앞서 나간 선배들이 있었음에 감사를 느낍니다. 어쩌면 이 글이 여러분들에게도 작은 나침반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실용음악학원 강사

어떻게 시작 했는가

2016년, 졸업 직후 실용음악학원 강사를 시작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 저를 눈여겨 보고 있던 교수가 있었죠. 어떻게 보면 그 분이 저를 스카웃 한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만의 생각이지만요.

그렇게 학교 선배, 후배, 동기들과 함께 실용음악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학원의 운영 상태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학원 개업 초창기 멤버로 시작하게 됐기 때문이죠. 학원 개업 초창기라는 건 시스템이 잡히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 하나하나를 다 만들어야 했어서 더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이 있다면 이렇습니다. 초창기 시스템을 잡느라고 온갖 잡일을 다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기계발도 된 것이죠. 자기계발이라고 하면 너무 좋은 표현같지만 아무튼 이것저것 순서없이 처리하느라고 내 실력이 어느정도 보강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서 내 몸이 갈려나가면서 건강을 잃기도 했었지만요.

얼마나 벌었는가

돈은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겠죠. 학원 강사라는 건 쉽게 말해서 프리랜서입니다. 자기가 일을 한 만큼만 돈을 받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이 불안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원생이 매달마다 보장이 된 것이 아니니까요.

많이 벌 때는 월 200만 원 이상도 벌고 못 벌 때는 100만 원도 못 벌었습니다. 무엇보다 힘든 건 내 수입이 일정치 않고 예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활 혹은 안정적인 인생 계획을 세우기가 조금 더 힘이 들죠.

저는 어리석게 계약서도 쓰지 않고 일을 하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입니다. 교수라고 해서 모두 인간적이고 양심적인 것은 아닙니다. 물론 모든 교수가 그런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서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제가 실제 일을 한 것은 강사 일만 한 것이 아니였거든요. 사실상 학원 운영을 하는 상담실장, 청소부 역할까지 모두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돈을 받은 것은 강의에 대한 부분만 돈을 받았었어요.

걱정돼서 하는 말이지만, 여러분들은 꼭 계약서를 쓰고 일을 하셔야 합니다. 어떤 이유든 간에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을 하게 되면 아무리 믿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나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규직 사운드 디자이너

어떻게 시작 했는가

사운드 디자이너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디자인 하는 일을 합니다.

2019년, 저는 실용음악학원에서 컴퓨터음악 강사 생활을 끝냈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대로 불안정한 수입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나의 체력, 정신력, 건강이 갈려나가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운영 방식이 근본 문제였습니다. 당시에는 이를 열정페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흔히 쓰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열정페이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은 주의 하라는 의미로 하는 말입니다.

아무튼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황아닌 방황을 했었습니다. 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내 전공과 관련 없는 다른 직업을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또 다시 취업준비생이 된 것이죠. 그 기간이 6개월~12개월 정도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당시가 가장 불안했던 시기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집에서 밥을 먹고 운동을 하고 스타벅스에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사람인과 잡코리아 사이트를 뒤적거리던 시절이었습니다. 필요한 공부가 있으면 공부를 하기도 했고요. 가장 중요한 건 그 과정들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거죠. 괴로움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다가 힘겹게 타지의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됐습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돌고 돌아서 결국 다시 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로 돌아온 것이죠. 이 회사를 다닌지도 벌써 5년차가 돼갑니다. 최초에 이 회사를 2번 지원했었습니다. 첫 번째는 원하는 연봉을 조금 높게 썼었는데 연락이 안 오는거예요. 그래서 두 번째 입사 지원을 할 때는 연봉을 조금 낮춰서 지원했더니 연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벌었는가

정규직답게 연봉은 해마다 조금씩 오릅니다. 물론 물가상승률에 비하면 거의 동결과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그 보다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오를 때도 있으니까요. 회사 내 다른 팀은 임금 동결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보다는 나은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저는 30살의 나이에 신입 초봉 2400만 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저 내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거든요. 게다가 정규직 사운드 디자이너 일자리는 정말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2024년 지금도 그렇게 달라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도 음악, 음향, 사운드 관련 회사가 많기는 하지만 모두 불공정하고 낮은 수준의 근무 환경이 많습니다.

각설하고, 그렇게 벌써 이 회사에서 5년차 사운드 디자이너 (주임)로 근무중입니다. 현재는 연봉 3230만원입니다. (세전) 세금 제외하고 실수령 월급은 약 240만 원 가량이 됩니다.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던 2020년의 초봉 실수령 180만 원에 비하면 오르긴 오른 연봉입니다.

무엇보다 정규직의 장점은 월급이 고정적이라서 삶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을 안정적이라고 부르죠. 물론 안정적이라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삶의 질이 올라가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의 질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야망이 끓어오르기도 합니다. 직장 동료들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실제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요.

자신의 직감을 믿어라

아무튼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작곡이 아니라면 자신을 믿길 바랍니다. 저도 어렴풋한 직감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죠. 그 작은 직감 하나가 출발점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후에는 수 많은 노력이 필요하긴 했지만 말이예요.

내가 처음 작곡 전공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때가 2009년 19살입니다. 어머니께 실용음악학원을 보내달라고 했었죠. 그렇게 다녔던 학원이 바로 약 7년 뒤 제가 근무 했던 학원의 바로 건너편에 있던 학원입니다. 그런 부분들도 강사로 일하면서 감회가 새롭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 순간이었습니다.

아무튼 여러분들도 자신의 직감을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하기 바랍니다. 우리는 크나 큰 우주 속에 작은 먼지일 뿐이니까요. 그러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그에 대한 내용은 아래 관련 글에 링크를 걸어두었습니다.

재미로 직업 적성 검사를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실용음악과 작곡 졸업생 현실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감사합니다.

실용음악과 작곡 졸업생 현실(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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